컨텐츠 평가 : ★★★★★
"누가 뭐래도, 나는 열심히 살겠다"
[나의 세 번째 집]은 북한인권정보센터 NKDB에서 다음 스토리펀딩으로 제작한 북한 성고문피해여성 자서전이다. 삽화와 함께 57 페이지로 구성된 작은 책이지만, 그 안에는 삶에 대한 뜨거운 의지와 강렬함이 담겨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한 여성이 폭압적인 정권 아래서 무참하게 고통받는 장면들로만 구성되어 있을까봐 무거운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익명의 여인은 이 세상의 전형적인 동정의 눈길을 필요로 하지 않음을 느끼게 되었다. 죽음과 어두움이 끝없이 그녀의 삶을 에워쌌었지만, 그녀는 그 칠흙같은 어둠을 뚫은 빛, 사막에서 핀 꽃과 같은 생명력을 세상에 증명했다.
고난의 행군 시절에 딸과 함께 탈북을 하여 중국에서 가정을 꾸렸다가 회령에서 체포되어 북송된 그녀. 총 두 번의 북송, 집결소의 강제낙태, 6년의 지옥 같은 단련대 생활을 극복하고 마침내 대한민국 땅에 다다른 그녀의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유와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또한 무자비하고 잔인한 체제도 꺾을 수 없었던 여인의 강인함으로 많은 이들에게 도전을 준다. 이 시대를 살아나갈 힘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남들은 통일되면 간다고 하는데 그래 남들 다 가도 난 고향에 갈 생각이 없다. 가고 싶지 않다. 정말 아픈 상처밖에 없다." (p.26)
"그러고 보면 정말 여기까지 오는데 죽을 고비가 많았는데 어떻게든 살아남게 한 의지는 북한이 길러준 것이다. ... 사람을 강하게 만들었다. 거기서 살아 온 것만으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여기 와서도 지금까지처럼 열심히 살 것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열심히 살겠다." (p.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