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정도상 연작소설) / ★★★★★
꽤 오래전에 읽었던 책인데 아직도 그 여운이 남는다. 정도상 작가는 말했다. 보통 작가들이 서재에 앉아서 고상하게 책을 쓰는줄 아는데 자신은 만주를 돌아다니며 이 책을 썼다고. 그렇다. 이 책은 만주를 돌아다니며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주어담아 엮은 책이다. 북한의 이야기를 다룬 여느 글들이 그렇듯이 굉장히 사실적이고, 직설적이다. 마치 익히지도 않은 고기를 창으로 찍어 있는 그대로 턱턱 삼켜내는 기분이다. 고기를 소화하느라 속이 상하는가? 진짜 속이 상하는 것은 이 이야기들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될 때일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당시 나는 우연히 김광석의 노래에 빠져, 그의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와 내내 함께하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노래를 들으면 책의 주인공들이 잔디밭을 뛰어다닌다. 폭력적인 사회에 희생된 그 여린 마음들을 누가 달래줄 수 있을까. 애정이 많이 가는 책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임을 알 때, 그리고 내가 지금 해줄 수 없는 것이 책상에 앉고 안락한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전부라는 것을 알 때 절망스럽기도 해요. 여성, 아동이 약자가 되버리는 이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철저히 제도화된 사회에 사는 내가 저 환경을 어떻게 바꿀까 생각이 든다. 책을 저도 더 읽어보겠습니다.